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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따뜻한 국물



어느 겨울날 퇴근길, 지하철역으로 향하는데 육교 한쪽에 깔린 돗자리가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 보니 면봉과 이쑤시개가 볼품없이 놓였다.

“아가씨, 안 살 거면 그냥 가. 거기 있으면 마음이 초조해. 혹시 사려나 기대도 생기고, 부끄럽기도 하고.”

옆을 보니 할아버지가 쪼그리고 앉은 채 다리를 주무르고 계셨다. 
왜소한 할아버지를 보자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다리가 아프신가 봐요.

“오늘 같은 날은 그렇지 뭐. 비가 오려나.

순간 까만 하늘에서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물건을 정리하셨다. 
나는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 할아버지 머리 위로 씌워 드렸다. 
할아버지는

“그만 됐어, 가 봐.

하셨지만 나는 정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내 할아버지 눈가가 젖어들었다.

“아들네와 손자들이 사고로 죽지만 않았어도……. 아가씨를 보니 손자 생각이 나네.

우산을 드리고 가려는데 할아버지가 천 원짜리 지폐를 건네셨다. 
거듭 사양하자

“손자 같아서 용돈으로 주고 싶어서 그래. 적지만 받아 주면 안 될까?”

하셨다.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천 원을 받아 들고 역으로 향했다.

‘춥지 않으실까? 배고프지 않으실까?’

문득 어묵 생각이 났다. 
겨울날 어묵을 무척 좋아하시던 우리 할아버지. 
나는 뜨끈한 어묵 국물을 들고 할아버지에게 갔다.
그사이 비는 그쳤고, 할아버지는 물건을 내고 계셨다.
어묵을 가져온 나를 보고 어찌나 기뻐하시던지.

“누군가 이렇게 나를 생각해 준 건 처음이야.”

라며 눈물을 보이셨다. 
할아버지와 국물을 나눠 마셨다. 
마음속까지 따뜻했다.

발행201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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