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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김용오
 
언제고 그리울땐 날 편히 찾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비가 오고 세찬 바람 부는 칠흑같은 밤이라도
친구가 전화를 하면 뛰쳐나가

친구의 애환을 조용히 경청할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교양이 있고 박식한 사람으로  특별히 기억되기보다는...

분위기 좋은 호텔 커피샾의 커피 한잔 보다는...

시골 간이역 자판기의 커피 한 잔을
더 좋아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삶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달래 주는 포장마차의 소주이듯

언제고 소주 같은
그런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능변이 아닌 말은 비록 어눌할지라도
어디에서든 부끄럼 없이 나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함께 길을 걸을 때면

보폭 또한 함께 할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못내 아쉬운 헤어짐에 몰매 바람을 부여안고
저 가로등 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지는
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당신은 참으로 좋은 친구야" 라고
한동안 자리를 뜨질 못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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