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소설가 박경리씨는
운명하기 몇 달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아래 글은
박완서씨가 노년에 썼던 글입니다.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하고 싶다고 말 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 . .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

한 겹 두 겹 어떤 책임을 벗고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을 음미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
두 분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여성 소설가였습니다.

그들은 
시골집에서 조용하고 
행복하게 삶을 마감했습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지요..

인생을 가장 좋게.. 가장 훌륭하게.. 가장 아름답게 사는 것(上善)은
물처럼 사는 것(若水)이라는 말입니다.

흐르는 물처럼 살다가 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이처럼
인간의 아름다운 삶을
진지하게 함축해서 표현하는 말도
없을 듯 싶습니다.

두 분은
흐르는 물처럼 살다 간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흐르는 물처럼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주지만
자신의 공을
남에게 과시하려 하거나
남과 결코 다투려 하지 않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초연한 삶을 살다 가셨습니다.

두 분의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진정한 자유로움이었습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부딪치는 모든 것에서 배우고 수용하며
만나는 모든 것들과 소통하며
유유히 흘러가는 장강(長江)의 글을 쓰면서
그 글 속에서 인생과 사랑을 말했습니다.

말년의 두 분은
노년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후학들에게
이렇게 나이 먹어야 한다고
아무 말 없이 조용한 몸짓으로
표현했습니다.

박경리씨는 원주의 산골에서
박완서씨는 구리의 시골마을에서
흙을 일구고 나무를 가꾸면서
스스로 빛나는 노년의 침묵을
조용한 몸짓으로 가르쳐 주었습니다.

노년의 행복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말했습니다.

천천히 걸어도
빨리 달려도
금생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한 세상 뿐입니다.

더러는 조금 짧게 살다가
더러는 조금 길게 살다가
우리는 떠나갑니다.

두 분의 삶은
이 소중한 시간을
이해하면서 살라고
배려하면서 살라고
사랑하면서 살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둘도 없는 금생의 삶을
지난 날을
후회하기 보다는
남은 날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희망과 행복을 찾아 보자고
다독여 주는 것 같습니다.

두 분의 삶에서 배웁니다.

보이지 않는 바람에게조차
고마움을 느끼는 일상

조그만 일에도 끊임없이
감사함을 느끼는 일상

그렇게 넉넉한 마음의 행복을
배웁니다.